일상생활/잡설

솔직함의 어려움

Page T 2014. 7. 10.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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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이 내 마음을 직접 들여다 볼 수 있다면 당신들 중 누구도 나를 훌륭한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을 것' 이라고

어떤 추기경 님께서 말씀하셨다고 한다. (김수환 추기경 님이셨던 것으로 추정)


솔직함의 어려움은 여기서 나온다.


'너 못생겼다.'

'걔랑 자고싶다.'

'쟤 죽이고 싶다.'


.


어떤 상황을 마주했을 때 불현듯 스쳐가는,

어떻게 보면 범죄적이고 악의적이지만

원초적이어서 가장 솔직함에 근접한 생각들.


그런 생각들을 아무 필터링 없이 글이나 말로 배출하면

솔직은 하겠지만 상당히 경박할 것이다.


나의 선비본능은 그것을 거부한다.


그러나 내가 십썬비는 아니기에

가끔 분기탱천해서 오만 상스러운 욕을 이곳에 포스팅 할 때도 있지만,

이성이 감성을 제어하는 아침이 오게되면 민망함에 조용히 비공개를 누른다.


하지만 상당히 솔직하게 쓰여진 글이기 때문에

통쾌하고 시원한 마음이 들어 삭제하지는 않는다.


.

 

남에게도 표현할 수 있고 내 자신도 납득할만한,

경박하지도 않고 십썬비스럽지도 않은

언어를 구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익명이거나 미친 사람이 아니라면

누가 어떤 생각을 밖으로 나타낼 때

100% 순도의 솔직함으로 그 생각을 표출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그 솔직함의 알맹이를 포장할 개체가 필요한데


그 포장은

너무 과해 알맹이가 보이지 않는 십썬비의 냄새가 풍기지 않도록 해야하며

너무 얇아 알맹이가 훤히 드러나 보일 정도로 경박해서도 안된다.


이에 포장 농도의 적절한 조절이 필요하게 되는 것인데,

단어가 솔직하다면 간결담담한 문장 진행을 밟고

문장 진행이 다소 경박하다면 적절한 단어 선택을 통한 비유법을 이용하여

포장의 농도를 조절하면 된다.


근데 그게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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