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잡설

헝가리어 사전을 찾아서!

Page T 2012. 8. 20. 02:28
728x90
반응형

헝가리에 매료되어서 (사실은 헝가리에 살고있는 여자애가 예뻐서)
 헝가리어를 배우고자 하였지만,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인 대한민국에서 소수언어가 그 자리를 차지하기에는 
리나라가 너무 좁은 탓인지, 
우리나라 서점에서는 제대로 된 기초 회화 서적하나 찾을 수가 없었다. 
산 것은 기껏해야 한국외대 교수님이 쓰신 헝가리어 회화라는 책,
그냥 일회용 여행회화 책일 뿐, 헝가리어 공부를 하기에 적합한 책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냥 제대로된 책 하나 구입하지 못한 채로 

손을 놓고 다른 학업에 열중하고 있다가
문득 다시 생각이 난 헝가리어. 
이대로 손 놓고 있다가는 영원히 다시 잡을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예전에 영어 공부할 때 효과를 꽤 보았던 정찬용 선생님의 방법(영절하)으로 
헝가리어를 공부하기로 마음 먹었다.
1, 2단계때 공부하게 될 소리 파일은 SBS PODCAST라는 곳에서 찾았는데
 3단계로 가려면 필요한 헝가리어-헝가리어 사전은 아무리 찾아보아도 나오지 않았다. 
국내 서점은 물론이고 아마존, 이베이까지 가봤는데 
헝-영사전만 있지 헝-헝사전은 아무리 찾아보아도 없었다. 
이것을 사려면 헝가리 온라인 서점을 가든지, 헝가리에 직접 가서 사든지, 
헝가리에 지인을 통해서 보내달라고 하든지 해야 할텐데 
시도하기에는 좀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서 우선 이 방법은 마지막으로 미루어 두고, 
주한 헝가리 대사관에 찾아가서 다른 방법이 없을지 한번 알아보기로 했다.

우선 인터넷으로 헝가리 대사관을 검색하고 출발-!
이태원에 있다.


역시 다문화의 도시 이태원 답게 아침 9시임에도 불구하고 히잡(?)을 두른 아랍여성, 미군 거인들, 
관광온 일본인들, 유럽계열로 보이는 백인 남녀들이 꽤나 많이 거리를 걸어다니고 있었다. 
특히 맨 마지막에 본 백인 여성은 혼잣말로 감탄사를 외쳤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갑자기 백인이 되기를 갈망했던 마이클 잭슨형의 심정이 이해가 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얼굴에 철판깔고 이야기라도 건네볼 걸 그랬다

이곳은 대사관들이 늘어서 있는 골목들이다. 조금 이름 있는 나라의 대사관은 건물이 컸고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지는 대사관들은 이게 주택인지 대사관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헝가리 대사관이 그랬다.

독일 대사관을 보면, 독수리 문양의 큼지막한 대문에, 옆에는 자동문까지 있어서 위엄 있어보이는데

헝가리는 그냥 철문하나에 문패에 헝가리 대사관이라고 써있는게 전부였다. 
단독주택에 살고있는 친구네집 들어가는 것 같았다.

이 철문이 대사관 입구이다 ㅡ,.ㅡ; 
문패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대사관이 아니라 그냥  가정집인 줄 알았다.

계단을 한층 올라가면

딱 가정집 현관문 처럼 생긴 문이 나오는데, 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업무를 보는 곳이 있다. 왼쪽 유리문이 업무를 보는 곳이다. 

어떤 공무원으로 보이는 여자가 앉아있는데 
개념을 철밥통에 비벼버린 한국 공무원들의 염병할 서비스 마인드를 
다시한번 절감할 시켜주는 女ㄴ 이었다.

원래 내가 원한 장면...

상냥한
 한국어를 할 줄 아는 헝가리인과 상냥한 한국인 계원이 함께 앉아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내가 들어간다.
두명이서 아주 반가운 얼굴로 나를 맞아준다.
무슨일로 왔냐고 물어본다.
헝가리에 관심이 많아서 헝가리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러 왔다고 말한다.
한국 계원은 잠깐 자리에 앉아서 기다리라고 하고 헝가리 계원이 나에게 말을 건내온다
그러면 나는 듣고 있던 mp3를 헝가리 계원에게 건네주면서 "이거 헝가리어 맞아요?" 하고 물어본다.
헝가리 계원은 모국어를 들어서 기쁜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맞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서로 담화를 나누다가 한국인 계원이 마실 것과 각종 자료들을 내어온다. 
헝가리에 있는 한국 진출 기업과, 석사 유학정보, 여행 정보등을 수집한다.
그와 동시에 혹시 헝가리 대사관에 헝가리어로 된 헝가리어 사전이 있느냐고 넌지시 물어본다. 
없다고 하든 있다고 하든 그쪽에선 궁금해서 다시 물어올 것이다.
 "헝헝사전은 왜요?"
그러면 헝가리어 공부를하는데 사전이 꼭 필요해서 여기저기 찾아다니고 있다고 
타이밍 맞추어 신세한탄을 한다. 
그러면 듣고있던 헝가리 계원이 자신이 알고있는 현재 한국 채류중인 헝가리인에게 물어보든지 
아니면 자기 고향에 있는 가족에게 물어보든지 해서 사전을 가져다 주겠다고 한다.
난 그 헝가리 계원에게 연락처를 받고 기쁜 마음으로 대사관을 나온다.

였는데

기대하던 헝가리 사람은 어디에도 없고
헝가리 관련 자료를 찾아보러 왔다고 하니까
'그걸 왜 여기서 찾아요?'
사전 있냐고 하니까
'인터넷에 있잖아요?'
인터넷에 없다고하니까
'인터넷에 없으면 여기도 없어요.'

이상과 현실은 조낸 큰 갭이 있는거다

여행정보라도 알고싶다니까
'거기 팜플렛 가져가세요.'

너무한다 진짜
날짜도 지난거구만
헝가리에 관심있어서 찾아와 줬으면 고마워 해줘야 하는거 아닌가 

ㅅㅂ!

대사관은 뭐 공무원을 그런 여자로 뽑았는지

대사관... 
너무 기대해서 실망이 컸나?
환상뒤에는 환멸만이 남는다는 누군가의 말이 다시한번 떠오르는 날이었다. 
기대 없이 그냥 자신이 목표하는 바를 얻기 위해 꿋꿋히 나아가는 것에 
의의를 두는 것이 좋은 마음가짐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생각보다 너무 초라하고 무성의했다.

...

어쨌든
어떤 사실을 행함으로 인한 부가적인 요소들에 대한 기대보다는
어떤 사실을 행했다는 것 자체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해서 살아가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인 것 같다는 생각이 다시한번 들게한 사건이었다.
앞으로는 이렇게 행동하고 생각하도록
노력해야겠다. 

그래도 시간 들여서 대사관 온게 아쉬워서 
여행자료는 듬뿍 갖고 왔다.

그중에서 그나마 괜찮은 자료는 헝가리 전국지도!

...

어쨌든 헝헝사전 구하기는 실패했으니 
현지인과 접촉하는 방법 밖에는 없겠다...


728x90
반응형

'일상생활 > 잡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근성이 중요하다  (0) 2013.01.16
18대 대통령 선거 후기  (0) 2012.12.20
한적한 안양천  (0) 2012.09.01
루저론  (0) 2012.09.01
한강의 야경  (0) 2012.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