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대학교 2학년 시절,
친구와 대학교 교정을 거닐다가
벤치 위 주인 없는 지갑을 하나 발견했다.
지갑 주인을 찾아줄 요량으로 지갑을 열어서 지갑 주인의 연락처를 찾아보았다.
지갑을 여기 저기 열어보고 있는데 갑자기 튀어나온 콘돔 한 개.
'콘돔'이 무엇인지는 알았지만
콘돔을 '왜 지갑에 넣고다니는지'는 이해가 안 됐던 나는
무식하게 한 마디 했다.
"이거 순 변태 놈이네?"
그러자 친구가 순 무식한 놈 다 보겠다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며
콘돔이 지갑에 있는 이유를 나에게 설명해주었다.
"야, 너는 모르겠지만(...) 살다보면 갑자기 여자랑 자야되는 순간도 생기고 그러는 거야.
갑자기 타이밍이 딱 왔는데 콘돔 없어서 못하면 얼마나 빡치겠냐?
그렇다고 그거 한번 해보겠다고 허둥지둥 막 콘돔 사러 달려가는 거도 보기 좀 그래~
그래서 이렇게 미리미리 준비하는거야ㅋ"
나는 '인생을 살다보면, 여자와 갑자기 자야 되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그 이야기를 들은 다음 날
'나도 혹시(?)'하고 콘돔을 사서
통째로 가방 깊숙한 곳에 넣고 다녔다.
그리고
3년이 지났다.
가방이 너무 해져서 가방 하나를 새로 산 후
해진 가방을 정리하는데
거기에 3년 전에 산 콘돔이 있더라.
갑자기 울컥 했다.
후...
'그래도 돈 주고 산 건데 새 가방에다가 집어넣자' 생각하고 콘돔을 집어들었는데
'유통기한 201X.XX.XX'
???
콘돔에도 유통기한이 있었다.
고무가 무슨 유통기한이 있나 했는데
암튼 있었다.
또 울컥했다.
그렇게 썩은 콘돔을 버리고
그 이후로 나는 콘돔을 사지 않았다.
그러다가 며칠 전 편의점에서 자일리톨사는데
콘돔이 보이더라.
왠지모르게 사고싶어서 샀다.
다시 꺼내볼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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