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음악감상

기다리다 - 윤하

Page T 2017. 1. 27.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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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던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너무 인기가 많았다.

파티에 가면 그녀를 보고 첫 눈에 반하는 남자들이 최소 2~3 명은 되었다.

(나도 그 중 한 명이었다.)

그녀는 소위 '엄마 친구 딸'이었다.

예쁘고, 공부도 잘 했으며, 노래도 잘 하고, 춤도 잘 추는데다가

성격마저 생기가 넘쳐 흘렀다.


그녀와 친해지고 싶었다.

파티에서 그녀의 연락처를 얻었다.


고통이 시작됐다.


매일 밤

메시지를 보낼까 말까

보낸다면 어떻게 보낼까

답장이 없으면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이 지겨워질 정도로 고민했다.


그러던 어느 날 눈 딱 감고 메시지를 보냈는데

다행히 그녀에게서 답장이 왔다.

덕분에 그녀를 자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 시작했다.

연인은 아니었지만 그녀를 자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하지만 닝겐의 욕심은 끝이 없는 법.

나는 그녀와 더 친해지고 더 많이 만나고 서로 더 많은 것을 공유하기 원했다.


그러려면

'그녀에게 고백을 해야한다!

내가 너를 이만큼 좋아한다.

그래서 나는 너랑 이만큼 가까워지고 싶다.

너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라고 말을 해야한다!'

고 생각했다.


저녁을 먹고 그녀가 집으로 들어가는 길 근처 놀이터 미끄럼틀 위에서

무작정 그녀를 기다렸다.

미끄럼틀 위에서 마을 입구를 보면 사람들이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사람 그림자가 보일 때마다 혹시 그녀일까 가슴이 콩닥거렸다.


그녀가 보였다.

얼른 미끄럼틀 밑으로 내려가야 했다.

그리고 그녀 앞에 달려가서

준비해 온 말을 꺼내야 했다.

그런데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 다음날도, 그 다다음날도 그랬다.


그녀는 7 시에 올 때도 있었고 11 시 넘어서 올 때도 있었으며

보이지 않는 날도 있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일주일.... 한 달이 넘어버렸다.

어느새 저녁 밥을 먹고 놀이터 미끄럼틀에 앉아있는 게 습관이 되어 있었다.


누군가의 앞에 서서 당당하게

내 마음을 보여주기에

난 너무 답답한 사람이거나

비겁한 사람이거나

찌질한 사람이었다.


결국 내 길었던 기다림은

기다림으로 끝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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