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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천 길을 걷고 있었다
검은 것이 푸드득거리며 눈 앞을 지나가더니
나뭇가지에 내려앉았다
비둘기였다
차도, 사람도 신경쓰지 않고
그저 땅바닥에 부리만 콕콕 박고있는 녀석들만 보다가
가지에 홀로 앉아
무심히 어딘가를 바라보는 녀석을 보니
여느 비둘기와는 달라보였다
뚱뚱하지도 않았고
날개는 반짝 윤기가 흘렀으며
부리와 발톱도 더 날카로웠다
'아, 저렇게 멋진 비둘기도 있구나'
라고 생각을 하는 순간
비둘기는 무엇인가를 느낀 듯
나뭇가지를 박차고 날아올랐다
파란 하늘로 치솟은
검은 빛 비둘기는 빨간 눈을 번득이며
한 마리의 매 처럼 목표물을 향해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그리고 어젯 밤 누군가 게워낸
토사물을 쪼아먹기 시작했다
뚱뚱하고 못난 비둘기였다면
그러려니 이해했을 것이다
하지만
뚱뚱하지도 않고
날개도 반짝이고
부리도 발톱도 날카로운,
멋진 비둘기인데...
목숨을 담보로
차도위를 뒤뚱뒤뚱 걸어다니며
돌인지 과자부스러기인지 모를 것을 쪼아먹는
녀석들과 다르지 않은,
아니 더 혐오스러운 녀석이었다
녀석은 얼굴을 파묻고 정신없이 토를 '쳐'먹고있었다
녀석을 뒤로하고 다시 길을 걸었다
계속 그 비둘기가 생각났다 그리고
이 땅의 지식인이라 불리우는 사람들을 생각했다
명성, 명예, 부, 학벌 등의 좋은 외관을 갖추고
온갖 고상한 척은 다 하지만
정작 그들이 쪼아먹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요즘 각종 비리, 거짓말, 사건, 사고로 얼룩진
정치, 경제, 사회면면을 마주할 때 마다
생각나는 안양천 그 비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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