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잡설

28사단 977포병대대의 단상

Page T 2014. 8. 10.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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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병 사건이 28사에서 일어났다고 해서

어디 또 수색대대에서 사건이 일어났나보다 생각했는데 977이란다.


연천 28사 977이면 155mm를 운용하는 부대다.

155mm는 105mm보다 크고 아름다운 포를 운용한다는 아무짝에 쓸모없는 부심이 있다.

실상 105나 155나 밴드오브브라더스시절에 명을 다한 퇴물에 불과한데 말이다.

포가 105mm보다 크고 아름다우므로 훈련시 사고 위험도가 높기 때문에

내무생활부터 다른 부대보다 더 빡세야 한다는 괴상한 논리도 존재한다.


문제는 본부포대다. 본부포대는 포질을 하지 않으니 부심을 가질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은

'우리는 포질을 하지 않으니 내무생활은 ABC포대보다 삼백프로 더 빡세야 한다'는 

HQ라는 말이 무색한 논리를 세우며 신병의 군기를 잡는다.


또, 본부포대 속 의무대도 이와 비슷한 마약 빤 논리가 있는데,

의무대는 본부포대 애들처럼 한 내무반에 4~50명씩 생활하지 않고

따로 떨어져 4명+군의관 만 생활하는 상태에, 유격같은 훈련도 제대로 받지 않으니

내무생활은 본부포대 놈들보다 삼백프로 더 빡세야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하루에도 수십백만번씩 총기난사 충동이 일어났던 포대 내무생활의

구백프로로 내무생활이 빡세다는건데 

이게 연천 5사 155미리 의무대 논리였다.

하루에도 몇 번 씩 의무대 이등병을 갈궈 울린다음에

울면 운다고 툭툭 발로 건드리고 욕하면서 하는 말이

977 아저씨들은 이거보다 더하니까 넌 복받은 줄 알라는 것이었다.

애를 저렇게 패는데 저것보다 심할 수 있을까, 개뻥치고 있네 생각하고 토하고 약 먹고 잔 기억이 난다.


근데 그게 사실이었다니 정말 미친새끼들이라고밖에 할 말이 없다.


당시에 나도 미칠듯한 스트레스에 소변에 물 대신 단백질이 쏟아져서 정기 검진을 받으러 의무대에 들락날락 했는데

그 당시 의무대 상병 아저씨가 일병이었던 나에게 했던 말이 생각난다.

자신이 지금 후임들에게 이렇게 하는 이유는 외부에서 '의무대 군기 빠졌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서'라는 것이었는데,

예를 들어 아저씨(나)는 포병이라서 훈련받고 힘든 군생활을 한다는 것에대해 힘들지만 자부심 같은게 있겠고

HQ도 나름대로 자기들 하는 일이 힘들다고 표현을 하지만,

의무대는 기본적으로 특성상 각종 훈련을 직접 뛰지 않고 보조하는 정도이기 때문에

다른 분대원들에게 무시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대책으로 자기네들은 내무생활을 다른 분대보다 빡세게 하고 

'우리는 내무생활이 너네보다 빡세다' 라는 것을 타 분대원, 혹은 입실 아저씨들에게 보여주어

그들이 의무대를 무시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런 빡셈을 견대내고 계급이 올라가야지 타 분대원들이 너네는 훈련 안 뛰고 꿀 빤다는 비아냥을 하지 않으므로

결과적으로 쟤(갈굼받는 이병)의 추후 군생활이 편해지고 입지가 제대로 서는 것이라고 나에게 말했었다.


그런 사정이 있었습니까 대답은 했지만,

당시에는 별로 공감할 수 없었다.

상병 병장을 거치면서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는 할 수 있게 되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 의무대 아저씨는

개인적으로 이야기하면 참 괜찮고 친절한 아저씨였는데,

누구에게는 친절남, 누구에게는 쳐다보기도 싫은 악마라니..

"사람이 서는데가 달라지면 풍경도 달라진다"는

어느 웹툰의 대사가 문득 떠오른다.


오랜만에 들리는 연천 소식인데

여전히 바뀐것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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