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음악감상

서태지 - 소격동 (아이유 ver.) 1 차 해석.

Page T 2014. 10. 2.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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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은 서태지를 한물 간 음악 사업가로 생각하지만,
오히려 서태지는 '강자인 사업가'보다는 '약자인 노동자'의 입장에서 음악을 만들어왔고 행동해왔다.
정말 노동자를 위하는지 정확한 속내와 사정은 그 자신만이 알겠지만,
어쨌든 표면적으로는
가수, 작곡가, 작사가들의 정당한 권리를 위해 팬들과 함께 싸웠으며,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음반 발매 중간에 휴식기를 가진다든지 하는 (당시에는) 파격적인 행보로

업체에 휘둘리는 가수들의 기본권(?) 향상에 영향을 끼쳤으며 


음악 사전 검열을 수행하던 공윤이

'시대유감' 가사가 부적절하다며 개사를 요청했을 때,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가사를 전부 삭제하고 음반을 발매,

공윤의 음악 사전 검열제에대한 문제점을 수면위로 떠오르게 했다.
그리고 그의 팬들과 합심하여 수 년 간의 공방끝에 음악 사전 검열제를 폐지시켰는데,
앨범 외적으로는 이것이 그의 가장 큰 성과가 아닌가 싶다.

최근에도 간간히 음저협과 충돌하고 있다는 뉴스가 들리는데,
가요계에 존재감을 가진 가수가 이렇게 앞장서서
가수의 권리를 위해 싸워주고 있다는 것은 정말 고마운 일인 것이다. 

.

이제는 기성세대,
흔히 말하는 기득권층이 되어버린 서태지가 계속
동등한 입장에 있는 기득권들과 싸우는 이유 중 하나는
서태지의 변하지 않는(혹은 변하고싶지 않아하는) 감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서태지의 음악은 매 앨범마다 장르적으로는 변만,
그의 노래를 관통하는 감성은 언제나 하나였다.

'어린(젊은) 시절에 대한 동경, 혹은 그리움.'

혹자는 이를 '피터팬 증후군'으로 표현하지만,
서태지의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은 젊은 날에 대한 막연한 동경만은 아니다.

노래(1~8집)에 따르면,
서태지도 흘러가는 세월에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늙어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 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최소한 그가 젊었을 때 지니고 던 순수하고 깨끗한 감성,
부조리한 기성세대에 저항하고자 하는 반항정신 만큼은
끝까지 잃어버리지 않고자 노력하는데,
 이 부분이 바로 서태지가 말하는 '젊음, 어림'의 포인트인 것 같다.

이 연장선 상에
최근 발매된 노래 '소격동'을 올려놓고 감상한다면
좀 더 깊이있는 노래 감상이 될 듯 싶다.

화자는 여성(아이유)과 남성(서태지) 두 명이 나올 예정이고,
현재는 여성(아이유)의 입장만 확인 할 수 있어서 뭐라 정확한 해석은 할 수 없다.

다만, 노래 '소격동'의 장소적 배경이 80년대 서울특별시 종로구 소격동이라는데,
'소격동'이 전두환 정권 시절 운동권 청년들을 잡아가던 기무사가 자리한 동네라는 것을 보아
사랑노래를 표방한 시대노래인 것 같긴 하다.

어쨌든 반항정신이 투철했던,
당시 10대였던 서태지가 바라본 80년대의 모습이
노래에서 어떻게 묘사되고 있는지 살펴보며
음악을 감상해보자.

.

가사를 정주행으로 풀이하면 해석이 작위적이다.

그런데 역주행하면 오히려 깔끔하게 해석된다.

그래서 역주행하여 해석을 해 보았다.(라해로꾸꺼은말이)


소격동

(장소: 소격동 / 시간: 현재 & 과거회상 / 화자: 여자(아이유))


(현재)

잊고 싶진 않아요 하지만 나에겐 사진 한 장도 남아있지 않죠.

-어두웠던 소격동 시절을 잊고싶지는 않지만, 그 시절을 기억할만한 사진 한 장 조차 없음.-


그저 되뇌면서 되뇌면서 나 그저 애를 쓸 뿐이죠.

-온전히 자신의 기억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소격동 그 시절. 그 날의 상황, 감정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함.-


(과거)

너의 모든 걸 두 눈에 담고 있었죠.

-소격동에서 벌어졌던 사건을 직접 체험했던 어린 시절의 화자.-


소소한 하루가 넉넉했던 날 

-평범한 하루를 보내며 살아가던 화자.-


그러던 어느 날 세상이 뒤집혔죠.

-화자의 평화로운 세상이 어떤 연유로 뒤집혀버림.-


다들 꼭 잡아요 잠깐 사이에 사라지죠.

-화자에게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주었던 주변의 사람들이 하나 둘 씩 사라짐.-


어느 날 갑자기 그 많던 냇물이 말라갔죠.

-화자의 마음을 평화롭게 해주던 주위 모든 것들이 사라짐.-


내 어린 마음도 그 시냇물처럼 그렇게 말랐겠죠.

-모든 것을 잃어버린 내 마음도 더 이상 평화롭지 않음.-


아주 늦은 밤 하얀 눈이 왔었죠.

소복이 쌓이니 내 맘도 설렜죠.

-소격동의 아름다운 모습과,-


나는 그날 밤 단 한숨도 못 잤죠.

잠들면 안돼요 눈을 뜨면 사라지죠.

-대비되는 암울한 80년대 상황.-


(현재)

소격동을 기억하나요 지금도 그대로 있죠.

-소격동을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찾아온 화자.-


등 밑 처마 고드름과 참새소리 예쁜 이 마을에 살 거예요.

-소격동의 아름다움을 찬양.-


(과거)

널 떠나는 날 사실 난.

-중의적 의미


1. '널'의 의미

너가 '소격동'인지 소격동에서 잡혀간 '사람'인지

중의적


2. '날'의 의미

널 떠나는 날의 '날'이 

널 떠나는 'myself' 인지 

널 떠나는 'day'인지

중의적


3. '사실 난' 의 의미

사실 난, 널 떠나기 싫었다는 것인지?

사실 난, 의도적으로 널 떠났다는 것인지?

모호


(현재)

나 그대와 둘이 걷던 그 좁은 골목 계단을 홀로 걸어요.

-(아무튼)이제는 혼자 올 수 밖에 없는 소격동 그 골목.-


그 옛날의 짙은 향기가 내 옆을 스치죠.

-그 옛날 소격동에서 겪었던 상황, 당시에 느꼈던 감정이 화자 옆을 스침.-


.


왜 화자가 소격동 시절을 잊고싶지 않은지 정확히 알 방법은 없다.


80년대가 시대적으로는 암흑기이기 때문에

현재 2014 년의 자유로움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기 위해

소격동 시절을 잊고싶어하지 않는 것일수도 있고


어린 시절 소격동에서 만난 '그' 와의 추억을 잃고싶지 않은 것 일수도 있다. 


여튼 시대적 해석이라면 위에 작성한 정도로 해석이 마무리 될 것 같고,


연인과의 관계를 그린 해석이라면 뭔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느낌이 될 것 같다.

남자는 운동권 여자는 기무사령관 딸 이 정도의 구도?


아니면 다른 반전이 있을수도 있고...

(지극히 개인사적으로 들어가면

이지아에 대한 현재 서태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노래라는 해석도 있음.)



젊은 감성의 끈을 집요하게 붙잡고있는 서태지와

그를 지원해주는 아이유의 맑은 목소리도

노래 감상의 좋은 포인트가 된다.

김창완 & 아이유 - '너의 의미' 생각이 나기도 하고...


10 일에 나올 서태지 버전도 기대되는군.


그런데 서태지가 아닌 다른 사람이 이 곡을 냈다

듣다 꺼버렸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음악 자체가 확 끌리지는 않기 때문이다.

난 버뮤다 트라이앵글 같은 노래가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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