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잡설

어른이 되다.

Page T 2014. 10. 19.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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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결혼할거라던 다짐이

불가능한 헛소리라는 것을 알게될 때 쯤,


신데렐라와 왕자님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마무리가

실없게 느껴질 때 쯤,


산타 할아버지가

턱수염 붙인 동네 비정규직 아저씨일 뿐이라는 것을 깨달을 때 쯤,


세일러문은 달에서 온 요정이 아니라

일본 어느 오덕의 손에 창조된 물감의 집합체라는 것에 소름이 돋을 때 쯤,


친구들과 모여 축구와 농구를 하던 점심 시간,

실 없는 장면으로도 박장대소를 터뜨리던 순간이 아득할 때 쯤,


너와 나는 친구로도 남을 수 없다는 것에

세상이 무너져내리는 경험을 할 때 쯤,


언젠가는 내가 바라보는 이 모든 것과 헤어져야 한다는 것에

서러워질 때 쯤,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단념하게 될 때 쯤,


어린시절 순수함으로 내렸던 모든 정의들이

하나씩 녹아내린 후,


그 불쾌한 끈적함에 익숙해질 때 쯤,


비로소

어른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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