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 가면 그랬다
이등병은 치약 뚜껑 일병은 비누곽
상병은 바가지 병장은 샤워기로 몸을 씻었다
이등병은 언제쯤 병장이 침상에서 내려오려나 항상 예의주시하고 있다가
거동이 있다 싶으면 재빨리 달려가서 슬리퍼를 신겨주었다
이등병은 걸레질을 하고 일병은 쓰레기통을 비웠다
상병은 밀대로 바닥을 밀었으며 병장은 잤다
이등병은 그렇게 일병이되고 상병이 되고 병장이 되었으며
병장이 된 이등병은 더이상 걸레질을 하지 않게 되었다
드디어 당신은 어른이 되었다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는
'어른이 되는 것에 실패한 자'들을 다룬다
'어른이 되지 못한 승영'이는 포스터에서
관객을 쳐다보지 않는다
귀 까지 이어폰으로 막고있다
꾹 다문 주먹은
이미 어른이되어
'승영'을 바라보고 있는
관객을 향한 분노인 듯 하다
물론 승영이도 노력은 했다
어린시절 바른 생활 책에서도 배웠고
명문 대학교에서도 배운 '정의'
처음에는 버리기 힘들었다
하지만
점차 어른들의 생활에 익숙해져가면서
상급자 똥꼬도 빨 수 있게 되었고
하급자 싸대기도 때려보게 되었다
그런데 승영이는 자살했다
왜 자살했을까
어른이라면 다 용서될 수 있는 일인데,
모든 비겁하고 부조리한 행동들은
난 어른이니까 , 난 사회 생활을 해야 되니까,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냐는
변명 한 마디면 다 용서될 수 있는 일인데...
승영이는
어른의 행위를 하는
자기 자신을 용서 할 만큼의
어른은 아직 되지 못한 것이고
어른이 덜 된 눈으로 바라본
어른이 되어가는 자기 자신을
더 이상은 두고 볼 수 없었던 것은 아닐지...
핏 빛으로 관객과 승영이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용서받지 못한 자'라는 제목은
그래서 더 씁쓸하다
영화는 마지막으로
승영이가 자살한 후
맛있게 게를 뜯어먹는 '태정'이를 보여주며
'스스로를 용서한 어른'들을 조롱한다
남이 무슨일을 겪든
맛있게 게를 뜯어먹는 어른을 말이다
이 장면은 나에게 이런 메시지와 질문을 던져주었다
"남이 무슨일을 겪든 너는 맛있게 게를 뜯어먹을 거야
만일 너가 소화기관의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게를 먹다가
갑자기 역한 기운이 든다든지 하여 게를 먹는데 불편함이 생긴다면
그것은 아직 네가 어른이 다 되지 못했다는 방증이 되겠지
'어른'이라면 맛있게 게를 먹어야 하니까
넌 맛있게 게를 먹고 있니?"
마지막에 태정이는 게를 먹다 말고 화장실로 간다
태정이도 문득 뇌리에 이 질문이 스쳐 지나간 것은 아닐까?
거울을 보는 태정이...
태정이의 답은 무엇이었을까?
예전에 봤던 영화들을
다시 꺼내보고 있는데
전에는 스크린에서만 느꼈던 씁쓸함이
현실로 성큼 다가온 느낌이어서
울적해진다
태정이가 말한다
어른이나 빨리 돼라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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