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영화감상

영화 노트북 (The Notebook) - 영화 속의 사랑, 그리고 현실과의 괴리

Page T 2013. 3. 28.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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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보편적이지만

 사랑의 개념이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은 것은 아니다.

우리는 모두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사랑을 하지만

그 사랑은 개개인의 시각에 따라 다르게 정의 될 수 있다.

 

고대부터 내려온 정의를 참조하여 사랑을 4단계로 분류해 보자.

 

1 단계는 '에로스' 단계로 남녀간의 관계를 의미한다.

 2 단계는 '필리아' 단계로 우정 정도로 보면 될 듯 하다.

 3 단계는 '스톨게' 단계로 부모 자식간의 관계를 의미한다.

 4 단계는 '아가페' 단계로 신과 피조물의 관계를 의미한다.

 

에로스는 육체로 연결되는 관계이다.

필리아는 정신으로 연결되는 관계이다.

스톨게는 피로 연결되는 관계이다.

아가페는 영혼으로 연결되는 관계이다.

  

우정은 에로스를 거치지 않고 필리아부터 시작된다.

부모자식간의 사랑은 에로스와 필리아를 거치지 않고 스톨게부터 바로 시작된다.


이 점에서 보면 남녀관계는 대부분 에로스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제일 불완전한 관계가 되는 것 처럼 보이지만

남녀간의 관계는 에로스 뿐만 아니라 필리아와 스톨게적 사랑까지도 취할 수 있는 관계이므로

발전되면 무엇보다 더 강력한 사랑의 농도를 자랑하게 될 수 있다.

 

그런데 문제점은

남녀 간의 에로스적 사랑이 

현실 세계에서는 그리 쉽게 필리아와 스톨게를 취할 수 없다는 것이며,

 

여기에 The Notebook과 같은 영화가 만들어지는 이유가 존재한다. 






  

개인적으로 남녀간의 관계에서 제일 이상적인 단계는

에로스 + 필리아 + 약간의 스톨게인 2.5 단계라고 생각한다.

 

아가페는 신의 완전한 사랑으로

인간은 절대로 범접하지 못할 종류의 사랑이기 때문에 제외하였다.

굳이 끼워 맞추자면

이 영화를 해피앤딩으로 끝낸 전지적 작가 시점의 영화 감독이

아가페를 실현하는 존재가 되겠다.


보통 남녀간의 관계는 에로스에서 시작된다 

이성을 보고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감정,

그 감정은 사랑의 한 종류이고,

주인공인 노아도 앨리를 보고 이 감정을 느낀다.


에로스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그리고 서로를 알아가면서 정을 붙이는 

필리아 단계로 접어든다.

 

길바닥에 눕고 춤도추고 하면서 서로의 매력을 알아가는 과정은

육체적 교감인 에로스에 정신적 교감인 필리아가 더해지는 바람직한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즉, 노아와 앨리는 에로스 + 필리아의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노아와 앨리가 순탄하게 사랑을 발전시켜나가는 동안

그 사랑을 반대하는 사람이 나타나는데 앨리의 어머니이다.

 

여기서 잠시 앨리와 앨리 어머니를 보자.

앨리와 앨리어머니의 관계는 위의 정의를 따르면

부모 자식간의 스톨게 관계이다.

 

즉, 앨리 어머니와 앨리의 [스톨게] 사랑과 

노아와 앨리의 [에로스 + 필리아] 사랑이

서로 충돌을 일으킨 것이다.

 

앨리 어머니는 어머니 나름의 스톨게를 가지고

앨리와 노아의 사랑을 막으려고 한다.


여기서 스톨게의 불완전함을 볼 수 있다.

스톨게는 분명 숭고한 사랑이지만

그 스톨게를 소유한 인간의 무지함으로 인해 스톨게는 왜곡된다.


부모는 스톨게 즉, 사랑이라는 명목 하에 

자신의 욕심과 이기심을 정당화 하곤 하는데,

영화에서도 그와 다르지 않은 앨리 어머니의 모습이 나타나 있다.


이는 에로스와 필리아, 특히 필리아 단계의 핵심인 대화와 소통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즉, 하위 단계의 사랑을 취하지 못한 부모와 자식의 스톨게적 관계는

'상호 간 이해의 부재'를 야기하며 결과는 

'잘못된 자식 사랑으로 인한 갈등'이 될 수 밖에 없다.


앨리 어머니는 자신과 앨리의 스톨게만을 믿고

앨리와 필리아나 에로스적 관계를 나누지 않았다는 것에 큰 문제점이 있다고 볼 것이며,

노아는 앨리와의 에로스적 관계를 넘어

필리아와 스톨게 단계의 사랑까지 추구하고 있는 모습이 그려지기 때문에

관객에게는 노아의 사랑이 더 설득력있어 보이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이는 영화 초 중반까지이고, 후반부에는 앨리와 앨리 어머니의 필리아적 관계가 형성되면서

바람직한 스톨게의 모습이 나타난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더 숭고한 사랑을 보여준 이가 있으니

앨리의 결혼 상대였던 론이 그 주인공이다.

나는 이 영화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사랑을 보여준 인물은

론 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사랑은 쟁취하는거야' '사랑은 무브' 이런 문구를 싫어하는 나에게

론은 The Notebook의 주인공이자 주제가 되겠다.


분명 앨리와 노아의 사랑은 앨리와 론의 사랑보다 더 진하게 보인다.

앨리가 론을 떠나 노아 품으로 돌아오게 된 이유도

노아와의 필리아적 관계가 론과의 필리아적 관계보다 더 깊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림, 피아노에 관한 이야기)


론은 다시 노아를 만나고 돌아온 앨리와의 대화를 통해서 이러한 내용을 파악했을 것이고

이를 인정하며 앨리를 놓아준다 노아에게 가면 앨리가 더 행복할 것이니까 말이다.


이것은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이 곧 자신에게도 행복한 일이 되는 것이라는 생각 하에 이루어진

론의 결정이었으며

이는 죽을 때 까지 앨리를 책임지며 함께 병원에서 지내온 노아와 비견할 만큼 대단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이러한 론의 대인배적 마인드를 갖고있지 못한 현실세계의 소인배들은

사회에 얼마나 많은 폐해를 끼치고 있는가.


떠나가는 남자를 잡지 못해 빌딩에서 자살하고

떠나가는 여자를 잡지 못해 성폭행 후 살인.

서로 사랑한다 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갈라지는 연인들.

자식 때문에 마지못해 사는 부부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사랑을 쟁취하려하거나 움직이는 대상으로 보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 아닌가 생각한다.







사랑은 항상 사랑 그 자체로 있는 것이지 쟁취하거나 움직이는 대상이 아니다.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면 가장 먼저 해 보아야 할 것은

이것이 사랑인가 소유욕인가에 대한 의심이다.


일반적으로 그것은 인간의 소유욕일 경우가 많으며

사람들은 단지 그 대상이 물건이 아닌 사람이기 때문에 

랑이라는 단어로 예쁘게 포장하는 것일 뿐이다.


여기서 에로스로 시작된 사랑에 대한 한계가 나타나는데

에로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일단 에로스에 빠지면

자신이 하고 있는 사랑은 기껏해야 에로스의 초기단계,

즉, 아직 사랑이 제대로 시작되지도 않은 상당히 얇은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당신과 내가 하고있는 것은 엄청나게 숭고하고 대단한 사랑이라는 착각을 한다는 것이다.


착각의 늪에서 

'우리 사랑 영원히' 라는 공허한 메아리로 서로를 자위하며

지금 자신이 하고있는 행위가

사랑인지 소유욕인지 성욕인지 외로움인지 무엇인지

제대로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앨리와 노아의 관계같이 

사랑이 에로스에서 지속적으로 상승 발전되어 가는 것은

쌍방간에 커다란 노력을 요하는 일이고

또한 상당히 드문 일이다.

드물기 때문에 영화로까지 만들어지고 

사람들이 거기에 감동을 받는 현실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 속 연인들은 자신들이 이러한 사랑을 하고있고

할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있다.






 

앞서 말했듯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아처럼

에로스를 필리아로 끌어나가는 능력이 뛰어나지 않다.


하지만, 사람들은 The Notebook 같은 로맨스 영화를 보면서

'나도 노아처럼 사랑해보고 싶다.'

'나도 앨리같이 사랑받아보고 싶다.'라는 감성적인 행태를 보인다.


여기서 그치면 누가 뭐라 하겠느냐지만

그 영화 속 상상을 현실의 누군가에게 대입해버린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


그런 생각이 든다면 다시 생각해 보자.

앨리는 동시에 3 명(앨리 부모님, 노아, 론)에게 스톨게급의 사랑을 받는 행운을 타고난 인물이라는 것.

군대 2 년도 서로 못기다려서 헤어지는 현실에서 노아를 찾으면 안된다는 것.

론과 같은 일을 당한 사람들은 보통 복수한다는 것.


우선 현실을 기본적으로 인지한 후에

노아를 만나든 앨리가 되든 론의 마인드를 추구하든

하자는 것이다.


그래야 당신이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존재로부터

어떤 실망감을 가지게 되었을 때

그 아픔이

당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잠식하지 않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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