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영화감상

괴물 - '괴물'보다는 괴물을 만들어낸 그 '놈'

Page T 2014. 5. 30.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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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8월 괴물이라는 영화를 보았을 때, 나에게는 그 괴물이 노무현 대통령으로 보였다.

서민을 위한 정치 도덕적인 정치를 한다고 해놓고서는

지방도시 발전 명목으로 부동산 값만 폭등시키고

반미, 반미를 외치더니 이라크 파병에 FTA까지 협상하러 나서는 모습을 보았을 때

과연 그가 진정 서민대통령이라 말할 자격이 있는가? 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 당시 나에게 그는 인간의 탈을 쓴 괴물이었다.

 

2007년 대선, 나는 이명박 대통령을 택했다.

그 당시 나는 그가 가장 인간적일 것이다, 가장 시민을 위할 것이다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도 괴물이었다.  

한강을 누비며 공포에 떠는 서민을 잡아먹는 괴물, 그도 그랬다.

그로 인해서 어떤 이는 연인을 잃고 어떤이는 자식을 잃고 어떤이는 삶의 터전을 잃었다.

 

나는 이 나라의 괴물이라고 할 수 있는 대통령들을 보면서

왜 저런 괴물들이 대통령이 될 수 밖에 없는가 라는 고뇌에 빠져있었다.

그리고 다시 괴물이라는 영화를 찾았을 때, 나는 내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괴물의 후반부, 괴물은 죽으면서 물고기 하나를 떨궈낸다.

그랬다, 그들은 괴물이 아니었다 그들도 아름다운 물고기 중 하나일 뿐이었다.

권력이라는 이빨과, 자본주의라는 등껍질과, 언론 국제정세 그를 둘러싼 환경이라는 독극물이,

그들을 괴물이 될 수 밖에 없도록 했을 뿐이었다.

대통령이 된 후부터 그들은 괴물이 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자살하는 사람을, 노래를 듣고 있는 여자를, 살려달라고 애원하며 뒷걸음질 하는 시민들을 잡아 먹으면서

그들은 괴물이라는 기괴한 갑옷 속에서 참으로 많은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내가 도데체 왜 이렇게 되었는지, 무엇이 잘못인지,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 괴물이라는 허물을 벗겨낼 수 있는지....

 

2008년, 괴물의 껍질 속에 갇힐 수 밖에 없는 대통령의 저주에서 노무현이 해방 되었을 때,

그는 기쁘면서도 착잡했을 것이다.

저주에서 풀려난 해방감과 그 저주를 자신이 원하는 만큼 감당하지 못한 아쉬움의 감정이 섞여서

괴물이 되어 본 자만이 알 수 있는 독특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선 노무현을 대신하여, 이명박이라는 시민이 시민들을 대표해서 대통령이라는 저주에 걸린다.

그리고 괴물이 되었다. 나는 그가 저주와 싸워 이기길 기도했지만 그도 아직까지는 무리인것 같다.







"자신(괴물)에게 이용당했기 때문에 자신을 가장 잘 알고있을 것" 이라는게 두려웠던 것일까?

괴물이라는 녀석은 노무현을 잡아먹어 버렸다(노무현 자살). 

한때는 자신이 들러 붙어있던 사람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사람 맛을 너무나 잘 아는 괴물은 앞으로도 계속 누군가를 향하여 이빨을 들이밀 것이고

그 이빨에 궁극적으로 가장 심한 상처를 받는자는 나와 같은 소시민이 될 것이다.

 

괴물의 봉준호 감독은 괴물과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사람 또한 (권력자보다는)소시민이라고 대답한다.

권력자들은 괴물과 싸우기에는 이미 그 괴물이라는 존재에 너무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들은 괴물이 없는 세상이 더 걱정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흔히들 말하는 '소시민' 혹은 '서민'이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해야할까? 

권력자 집단 속으로 들어가서 괴물을 어떻게든 없애보도록 노력이라도 해야하나?

아니면 섣불리 들어갔다가 괴물에 감염되기 전에 권력의 길 밖에 서서 그들을 조롱하는 것이 더 나을까? 

아니면 먹이만 조금씩 던저주면 사회의 안정을  유지시켜주는 괴물에게 감사하면서 순응하는것이 나을까?

서민의 영웅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마저도 이기지 못했던 괴물이라는 갑옷을 무슨 수로 뚫을 수 있을까? 

고민이 깊어지게하는 영화. 

-

<5년 전 노무현 대통령 서거후 감상문>







영화 '괴물'을 감상하며 예전에 했던 고민을 5년여 만에 또 하게 된다.

세월호 참사와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방식이 

'괴물' 영화 속 정부의 대응방식과 흡사하다는 이유로 

박근혜 정권 = 괴물 로 정의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괴물이라는 영화가 만들어질 당시에도

노무현 정권 = 괴물 로 정의하려는 사람들이 있었다.


저 글을 작성할 당시만 해도 난 그냥 대통령이 똥통령이어서

세종대왕같은 성군이 나오지 않아서 나라가 추락하는 줄 알았다.


나는 피상적인 관점에서 

정치놀음 중 어쩔수 없이 괴물이 되어버린 

그리고 괴물을 이겨내지 못하는 대통령들만 분노섞인 측은지심으로 바라보았다.

그런데 조금 나이가 들고 이번 세월호 참사 일련의 과정을 보고있자니

괴물에게 씹어먹히는 정권의 문제가 본질은 아닌 것 같고,


저 심해에 숨어서 괴물을 생성&조종하는 그 녀석이 본질인 것 같다.







세월호를 버리고 도주한 선장도, 가만히 기다리고 있던 해경도, 

구원파 교주일가도 물론 처벌받아야 할 존재들이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선장처럼 자신과 자기 주위의 사람들 안위를 이기적으로 챙기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으며

준재벌 구원파 교주일가 처럼 온갖 불법과 더러운 수단을 다해 돈을 좇는 중소, 대기업들이 얼마나 많은가?

또 상부 명령이 떨어지지도 않았는데 기다리라는 상관의 명령에 불복하고 

자발적으로 움직일 부하들이 얼마나 될까.


난 지금 모든 관심이 구원파 유병언인가 유병원인가 그 사람한테 쏠리는것이 심히 짜증난다.







정작 중요한 사람은

1분 1초가 급한 상황에서

배가 침몰되든 사람이 죽든 말든

특정 구조업체가 올 때까지 


그저 '기다리라'고, '기다려보라'고, 

해경한테 지시한 그 사람 일텐데. 

그 사람은 누굴까.


어디서 골프치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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