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changa327.tistory.com/>
내가 스무살 때, 70대 이상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일제시절 억압받던 삶을 이야기하면서 제 나라에 사는 것의 소중함을 느끼라며 한 소리 하셨고, 5, 60대 아저씨, 아주머니들은 당신네 어렵고 배고팠던 시절을 언급하면서 나에게 배부르게 자란 세대라며 한 소리 하셨다. 3, 40대 형, 누나들도 군부독재 시절 대한민국 민주화에 바친 자신들의 청춘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너희는 곱게 자란 세대'라고 한 소리 거들었다.
스무살의 나는 발 붙일 나라도 있었고, 밥은 챙겨 먹으면서 다녔으며, 투표도 할 수 있었다. 진심으로 감사한다. 당신들의 땀으로, 당신들이 원하는 나라가 만들어 졌고, 고맙게도 나는 당신들이 만들어놓은 이 세상에서 당신들보다 자유로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리고 이제는 나도 사회인이라는 이름으로 당신들이 사는 세계에 발을 딛는다.
하지만, 울타리 너머로 본 당신들의 세계는 당신들이 나에게 이야기했던 수십년전 그 안타까웠던 대한민국을 떠올리게 한다. 이십대를 위한 자리는 값 싼 외국인들에게 점령당했고 거리로 내몰린 이십대는 좀처럼 오르지 않는 아르바이트 급여를 받으며 매년 꼬박꼬박 솟아오르는 등록금을 감당한다. 반공반공, 반독재반독재 외치며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주창하던 시절의 사람들이 장난쳐 놓은 부동산은 기본적인 시장 수요공급법칙도 무시한 채 집 없는 사람들에게 박탈감만 안겨준다.
대한민국. 눈부신 성장. 눈부시게 포장은 잘 해놓은 것 같다. 하지만 포장지 안의 악취는 관심 밖이다. 사상 보다는 생계를, 국가보다는 국민을 위해야 하는 나라가, 생계를 위해 투쟁하는 자들에게는 빨갱이라는 낙인을, 부조리한 국가를 비판하는 자들에게는 매국노라는 인장을 세긴다. 공, 사교육은 강자의 정답만을 강요하고 암기하게 한다. 그 강요된 체제 안에서 국사,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배운다. 교육을 통해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알았고,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도 배웠다. 그런데 이해는 못하겠다. 어떻게 하면 성장을 눈부시게 하는지도 안다. 그런데 왜 그런 방식으로 성장을 눈부시게 해야 하는지, 다른방법은 없었는지, 생각해보지는 않는다. 겉 포장과 암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제는 '생각'을 해야 할 때다. 그 '생각'을 '생각'하고 행동으로 실천해야하는 주체는 나라의 허리가 될 20대 이다. 그들이 희망이다.
그런데, 학점을 우선 챙겨야한단다. 토익 점수를 먼저 넘겨야 한단다. 등록금도 벌어야 한단다. 인생 역전 고시 준비도 한 번 해 봐야 하고, 취직 준비로 인턴도 하고 나면 어느새 30이 코 앞이다. 결혼 적령기.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결혼을 한다. 애를 낳는다. 자식들 키우다 보면 40대, 50대, 60대. 그리고 그대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가로 세로 오십센치 남짓한 구석탱이 지하철 경로 좌석 하나 뿐. 이제 나이 들고 생산력도 없으니 얼른 실버타운 들어가셔서 귀찮게 하지 말라는, 반 강제적 압력에 밀려, 창살 없는 감옥에서 스러져 갈 일만 남았다.
뻔히 보이는 이러한 현실에 요즘 20대는 방 안에 갇힌 몽상가가 되고, 더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외로움과 괴로움에 스스로 목숨을 놓아버리기도 한다. 이 와중에도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건설했다는 분들께서는 '너희는 도전정신 없는 나약한 청춘' 이라며 공무원 준비생의 따귀를 때리고, '아프니까 청춘'이라며 가식 가득한 위로를 건낸다. 그나마 '뭐라도 도전해볼까?' 하는 청년들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주겠다고 아프리카로, 동남아시아로 원정 노동을 보낸다. 그리고는 해외 봉사활동이란다. 그 경험으로 나중에 청년 해외 창업을 하란다. 좋은 기업에 취직하란다. 새로운 기회라는 말만 철썩같이 믿고 해외로 나간 청년들은 타지에서 굶어 죽지 않을 정도 뿐인 저임금과 지원금을 받으면서, 그래도 이건 기회라고, 열심히 조사하고 연구한다. 하지만 그들의 경험과 연구 결과는 그들의 것이 아니다. 정부는 돈을 지원해주었다는 명목으로 그들의 모든 자료를 자신들의 데이터베이스로 축적하여 해외 진출 계획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에게 제공한다. 결국 청년들은 대기업 진출의 위험요소를 파악하고 제거하기 위한 값 싼 마루타용 소모품일 뿐이다.
청년 인턴, 무급 인턴, 해외 창업, 1 인 창조 기업, 1 인 출판사. 온갖 해괴망측한 제도와 프로그램을 만들어 청년들을 꾀고 합법적으로 자신들의 배를 불린다. 망하면 청년들의 역량부족, 잘 되면 도와준 나랏님들 덕분이다. 인문학의 부재를 이야기 하면서 인문학 학원을 만든다. 건전한 성문화를 주장하면서 티비에는 준창녀 호빠 견습생들이 합법적으로 공중파에서 엉댕이를 흔들고 웃통을 벗으며 눈웃음을 흘린다. 문화 보존을 이야기 하면서 헬로윈, 벨런타인,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날이면 거리마다 호박머리, 초콜릿, 각종 선물세트를 진열해놓는다. 오늘은 너희들의 날 이란다. 사실 늬들이 물건파는 날 이겠지만.
그래, 사실 그들에게 나는 지갑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그들이 주도하는 상업적 유행에 지갑을 열지 않는 사람들은 시대에 뒤떨어진 왕따, 괴팍하고 재미없는 놈으로 매도된다. 지긋지긋하다. 머리가 아프다. 잠깐 멈춰보고 싶다. 숨 쉬고 싶다. 종교에 귀의하려니 헌금과 공양을 하란다. 명상을 하려니 명상 센터에서 하란다. 한 달에 2 만원밖에 안한단다. 조용한 산은 출입금지란다. 아직 그 산은 돈 벌 준비가 덜 되었나보다.
'국민소득 이만사천불!', '우리나라 만세!'를 외치는 삼, 사, 오, 륙, 칠 십대 님들께 다시 한 번 여쭤보고 싶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젊은 것들은 당신들이 일궈놓은 이 세상에 감사나 하며 조용히 살아야 하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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