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군 복무 중 부업으로
'군 생활 부적응 장병 상담'이라는 작전(?)을 수행했었다.
나 자신 역시 초기 군생활 적응이 매우 힘들었기 때문에
현재 힘들어하는 이병 및 일병들과 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포대장 님의 판단하에
나에게 임무가 주어졌었따.
하지만
상담을 해 보면
그들 군생활의 어려움은
95% 이상 선임과의 갈등에서 일어났으며
(5%는 동기와의 갈등, 직책의 어려움 등)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바뀌어야 하는 장병은
그들이 아니라
그들을 괴롭히는 상병, 병장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즉,
내가 그들에게 군생활의 좆같음을
실질적으로 해결 해 줄 방도는 딱히 없었다는 말씀.
포대장에게
'강 이병이 그러는데 박 병장이 그렇게 개새끼랍니다.'
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기껏해야 초코파이나 오예스 몇 개 쥐어주며
'힘내라..
탈영하고 싶으면 말하고..
내가 일병 때 설계해놓은 루트가 있어..
백프로 성공한다..'
어쭙잖은 유머로 긴장을 풀어주는 정도였다.
(긴장이 풀렸는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상담을 해오면서
많은 후임들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었고
군 제대 후에도 가끔 연락하며 부대 내 돌아가는 상황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그 전해듣는 부대 소식 중 사건사고에 관한 소식도 많았는데
'야, 걔 알지 그 때 그 이상한 애. 걔 상병되더니 미쳐가지고 후임 갈구다가 영창갔어.'
'형, 걔 알죠? 알파에 걔? 걔 성추행하다가 헌병대에 잡혀갔잖아요.'
신비로운 일은
부대 내 대형 사고 범죄 가해자의 대부분이
그 자신이 이등병, 일병 때
나에게 매우 힘들다고 상담요청을 했던 인원들이라는 것.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자신이 가장 증오했을 선임의 모습을
선임이 되어서 그대로 따라했던 사람들.
난 그 모습을
사회에서도 마주한다.
특출나게
자신의 부사수와 동료직원을 괴롭히는 사람들이 있다.
곱게 사용할 수 있는 말도
괜히 툭툭 던지면서 사람의 기분을 나쁘게 하고
뭘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으면서
그것도 못하냐고 핀잔을 준다.
왜 자신의 불행으로 인한 짜증을
남에게 전파하여
남 마저도 짜증나게 만들까.
그런 사람을 볼 때면
그 사람이 처음 이 직장에 들어왔을 때가 그려진다.
아마 그렇게 좋은 직원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 때는 물론,
지금도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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