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잡설

수저론

Page T 2015. 11. 1.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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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흙으로 와서 흙으로 돌아간다는 말이 있다.


요즘 한국에서는

흙에서 온 것들 끼리

수저가 흙이네, 은이네, 금이네,


놀고들 있다.


.

수저의 목적은 밥을 잘 퍼먹는데에 있으므로

수저가 금으로 만들어졌든 은으로 만들어졌든

제 기능을 충실히 잘 하면 그것으로 이미 가치있다.


사람이 누구의 자식으로 태어났고

어떤 집에 살고 무슨 차를 타고있다 한들

인간 자체가 사람의 도리를 다 하지 못하는 녀석이라면

그 겉치레가 금이거나 은이거나

무슨 의미가 있을까.

오히려

금과 은으로 간신히 가리고있는

그의 더러움이 극명하게 나타나

사람 자체가 더 초라해질 뿐이다.


다이아,금,은,동,흙,손...

외적인 조건만을 보고

인생의 순위를 임의로 나열하는

소인배들의 유치한 줄 세우기가

요 근래 사회 전체로 만연해버린 현실이다.


설령 자신의 손에 쥐고있는 것이 흙밖에 없을지라도

그 흙을 빚어 고유한 특색이 담긴

자신만의 아름다운 도자기 수저를 만들어 낼 수도 있을 텐데

그저 흙수저 신드롬에 세뇌되어

'아, 난 흙밖에 없어.' 하고 우두커니 그 자리에 머물러있는다.


그는 그에게 나타날 수도 있었던

큰 기회가 다가올 가능성 조차 막아버리는

실수를 한 것이다.


.


이건 마치 성경에서 나오는 달란트를 받은 세 사람의 비유와

비슷한 상황이다. 


주인에게 각각 10 달란트와 5 달란트, 그리고 1 달란트를 받은

세 사람 중 1 달란트를 받은 사람은

자신이 받은 달란트에 좌절만 했을 뿐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최소한의 행동도 하지 않았다.

(비록 파산의 위험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말이지)


결국 그 1 달란트를 받은 사람은

결산일에 사장에게 욕먹고 쫓겨났다.


자신의 조건이 1 달란트라도

그 1 달란트를 어떻게라도 활용해보려

노력하는 것 자체에 이미

가치가 존재한다.


.


그래서 지금까지 몇 년 간.


나도 해봤다.


소상공인 창업을 위해 캄보디아도 가보고.

국내 온라인 학원 사업도 해보고.

출판을 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녀도 보고.

소호 무역, 1 인 창조 기업 등등.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노력했는지 모르겠지만,

나도 해당 사업과 나의 인생을

아름답게 가꾸어가기 위해

꽤 노오오오력을 했다고 생각한다.


월급과 시간의 대부분을 여기에 투자하면서


현재 남은 것은


0으로 수렴하는 통장 잔고.


나 혼자만 이렇게 지지부진하다면

현재의 내 상황을 개인 역량의 문제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나와 함께 소위 '스타트업' 을 했던 사람들의 대부분은

'자본과 기술', 혹은 '센스 부족'으로 시장에서 도태되었고


조금 잘 나가는가 싶던 청년들은

능구렁이 아저씨 아주머니들 혹은 중소대기업 자본에게

아이템을 뺏기고(= 배신당하고)

손가락만 빨고 있는 현실이다.


.


하아...


자 그럼 이제는...


죽창뿐인가?


헬조선의 구조적인 문제를 탓하며

흙으로 만든 죽창을 하늘 높이 들어올려야 할 것인가?


물론 잘못된 점이 있다면

죽창을 들어서라도 적극적으로 수정해야 한다.


하지만 하루종일 죽창은 안된다.

죽창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진 않으니까..


최소한 아침에는 죽창

저녁에는 독서의 생활계획표라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에이 ㅅㅂ 모르겠다 다 찔러 죽이자' 하면

더 저급한 인간이 될 뿐이다.


더 세련되고 치밀하게

내 자신의 가치와 권리의 향상을 위해

움직여야한다.


그렇게 움직일 때

나의 수저는

어떤 가치있는 무언가를 나에게 퍼올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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