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잡설

의사들 마루타로 사용되는 아버지.

Page T 2015. 1. 9.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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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아버지.

아버지 발가락이 차근차근 절단되는 것을 보면서도

저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레지던트1 은 발가락 첫 마디 수술에,

레지던트2 는 두 번 째 마디 절단 수술에, 

레지던트3 은 마지막 남은 뼈 제거 수술에,

참관을 하면서 차근차근 잘리는 발가락을 관찰하고 있겠죠.

그들에게는 하나의 소중한 실습 기회니까요.

 

그리고 이제는 또 손가락이 감염됐다.

폐에 물이 찼다.

심장이 또 나빠진다.

항문 쪽에 의심이 간다.

혈관이 막혀서 눈에 마비가 왔다.

 

끝이 없네요.

 

아버지는 살만큼 살았다며

이제 죽어도 된다고 하셨는데,

 

의사는

'제 아버지라면 수술하죠.'

'이건 꼭 해야되요.'

'이건 어쩔 수 없습니다.'

하면서, 기필코 아버지 편안하게 가시는 길을 방해하네요.

 

저도 처음에는 수술만 하면 다시 걸어다니고 앉고 하실 줄 알았어요.

아버지 쓰러지시기 전 주치의셨던 병원 의사선생님께서는

진단서를 보시고

심각하다. 6 개월이면 오래 사시는 거다. 말씀하셨었는데,

에이 설마. 생각했죠.

그 때는 내가 원하는대로 믿고싶었어요.

주치의 말고 수술해준다는 의사 말을 믿었어요.

'수술만 잘 되면 걸어서 집으로 가실 수 있어요.'

그 말만 믿었어요.

 

그런데 아니네요.

 

이 수술 저 수술

수술만수술만 하면서

아버지를 더 악화시켜요.

볼 수 있는 눈 한쪽을 마비 시켜요.

말 할 수 있는 목소리를 제거해요.

움직일 수 있는 발가락을 절단해요.

입 대신 콧줄로 밥을 먹어요.

옆구리에 구멍을 뚫어요 .

사타구니에 쇠를 박아요.

 

그리고선

목숨을 살렸으니 돈을 내놓으래요.

일주일에 2900 만원 씩.

보험을 해도 1000 만원을 내야 해요.

 

환자는 마감하고 싶은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 하지 못하고 

고통 속에 연명하며 

의사들의 마루타가 되는데

왜 돈은 우리가 지불해야 할까요.

 

싸대기 때리고 피해보상으로

돈을 받아도 모자랄 판인데

아무리 움직이고 찾고 이야기 하소연 해 봐도. 

솜털로 바위치기에요.

 

혹시나 수술에 실패해도

아버지 원래 몸이 약하셨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하면 끝.

수술 동의서도 있으니

의사는 두려울게 없네요.

 

수술 안하고 고통만 줄일거면,

진통제만 맞을거면,

딴 병원 가시면 된대요.

요양병원에서 죽을 날 기다리시면 된대요.

아니면 우리 병원에서 요양병원도 하는데 거기 가시래요.

거기 좋대요.

좀 비싸서 그렇지.

 

병원은 정말 잔인한 곳 같아요.

 

저는 곧,

안락사와 존엄사에 관해 공부해 볼 생각이에요.

 

의사들은 안락사와 존엄사를 많이 반대하겠죠?

죽기 직전의 사람들을 받는게

돈이 제일 많이 남거든요.

 

의사와 병원에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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