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기록/일본

키타큐슈 - 일본 라면

Page T 2015. 1. 28.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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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자신이 아는 맛집을 소개해주겠다고 했다.



자판기같이 생긴 기계에 돈을 넣은 다음,

메뉴를 고른 후, 버튼을 누르니 식권이 나왔다.






식권을 고르고 들어가니

식당이 무슨 도서관처럼 되어있었다.


이렇게 폐쇄적인 식당은 처음이었다.

친구랑 같이 왔어도 따로 라면을 먹어야 했다.

주방장 얼굴도 안보임.


친구랑 같이 오면 좀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혼자 밥먹기 좋아하는 나로서는

국내 도입이 시급하다는 생각.






라면이 나왔다. 


나도 한국에서 많은 라면을 먹어봤다.

인스턴트 라면부터 시작하여, 

대학가, 학원가, 쇼핑가, 몰 등에서 전문 요리사가 만든 라면까지.


그리고, 일본 본토에서 맛보는 

첫 일본 라면.


비쥬얼만 보았을 때는

'역시 일본 라면은 푸짐하구나' 정도였는데,


국물과 함께 면이 한 입 들어가고 씹히는 그 순간



미스터 초밥왕의 심사위원들이 왜 초밥을 먹고 눈물을 흘렸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작가는 오바한게 아니었다.

그런 음식이 실제로 있었을 뿐이고.

그 실제의 경험을 만화로 옮긴 것 뿐이었다.


단 한 입에

단단히 긴장하고 있던 미뢰의 신경이 풀리면서

혀가 일순간에 부드러워졌다.


갑자기 들어온 면발임에도 혀는 거부하지 않았다.

면발을 입 천장으로 막거나

뜨겁다고 다시 뱉어내거나

그러지 않았다.


그냥, 받아들였다.


혀에 침이 차올랐다.

마치 혀가 눈물을 흘리는 것 같았다.

면발에게 왜 이제야 왔냐고 말하는 것 같았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연인을 이제서야 만났다는 듯이

혀는 계속 흐느꼈다.

그리고 면발에 자신의 온 몸을 맡겼다.


면발은 긴장이 풀려버린 혀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자신이 품고있는 맛을 정성스럽게 전달했다.

신묘하게 조합된 단맛, 쓴맛, 신맛, 짠맛에

혀는 무언가 새로운 세계를 느껴버린 듯 했다.


혀는 넋이 나가버렸다.


친구에게 말했다.


나 : 개에 맛시써어!!!

친구 : 왓? 나니?

나 : 맛이따고!!!!


친구가 니혼진인 것도 잠시 잊어버렸었다.

혀가 넋이 나간 탓에 발음도 제대로 안됐다.


아,

이것이

설르가즘? 혀르가즘? 텅르가즘?


면설일체의 경지?


내가 예전에 먹었던 모든 라면을 3류 폐급으로 느끼게하는 극강의 맛이었다.

하...


또 먹고 싶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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