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독서감상

욥기 - (완: 2015-03-07)

Page T 2015. 3. 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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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의 현인들, 중세 일류 철학자들 모두

하나같이 입을모아 우리들에게 말한다.

 

'아는 척 하지 말 것.'

 

맞다.

이 순간에도 기하급수적으로 팽창 중인 우주.

 

그 우주 속 티끌만도 못한 존재끼리

뭐 그리 잘났고, 잘 안다고

'내가 더 낫다'느니 '네가 더 못하다'느니

도토리 키재기를 하고있는 것인가?

 

그 옛날,

소크라테스는 절대 지존급 논리로

자신 앞에서 아는척 재는 영혼들을 영혼까지 털어버렸고

 

세계적 철학자 데카르트는 겸손한 자세로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니 함부로 나대지 맙시다.' 설파했다.

 

욥기에 나오는 하나님의 말씀도 마찬가지였다.

'피조물인 주제에 너희는 아는 척 좀 그만 해라'

 

그 '아는 척'은 당대 최고의 현자였던 '욥'에게도 해당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욥에게 부지불식간 찾아온 극심한 불행과 고통.

그 고통은 욥을 비롯한 종교인에게 언제나 의문으로 다가온다.

'왜 나지? 그 누구보다 신실하게,

신께 진심을 다했던 하루하루.

그에대한 보답이 이런 끝이 보이지 않는 고통이라니?'

 

욥은 자신의 순결함을 병문안 온 친구들에게 설파하며 하나님께 부르짖는다.

'하나님 혹시 다른사람에게 갈 고통이 저에게 온 것은 아닌가요?'

'왜 나죠?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원망스럽습니다. 차라리 죽여주십쇼. 이렇게 살기 싫습니다.'

 

친구들은 욥에게 말한다.

'자네 자신이 모르게 지은 죄가 있는 것이 분명하네.

그렇지 않고서야 아내도 도망가고, 재산도 다 뺏기고, 자식은 다 죽고, 문둥병까지 걸리겠나.

얼른 회개하게나.'

 

욥은 말한다.

'닥치게, 내가 자네들보다 수천억배는 더 신실하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네.' 

 

욥과 그 친구들은 철저히

죄 = 고통

믿음 & 구원 = 행복

을 진리로 간주한다.

그리고 자신들의 말이 진실이라는 듯이

서로의 대화를 오만하게 이어나간다.

 

물론 궁극적으로 구원을 받아 하늘로 올라가는 순간에는

그 '=행복' 이라는 공식이 맞아떨어질 수 있겠으나,

이곳은 인간의 세계, 죄의 세계이다.

 

창세기에서 하나님은

인간 모두에게 자유의지라는 것을 주셨고

그 자유의지는 선과 악을 구분하지 않는다.

악한 사람에게 행복을, 선한 사람에게 고통을 선사 하는 것도 여기선 상관없다.

왜?

인간 세상은 자유로우니까.

 

자유의지 없는 세상이 엔딩이 정해진 패키지 게임이라면

자유의지 있는 세상은 엔딩이 없는 자유도 100% 온라인 게임이랄까?

 

물론 자유의지로 점철된 세상 속에서도

종교의 신비한 역사가 일어난다.

그러나 그 역사의 궁극적인 목적은

세상을 초월한 깨달음을 얻게하기 위한 것이다.

 

세상에서의 부귀영화와 행복을 누리게 하려고 종교적 역사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깨달음은 고통을 통해 일어날 수도 있고,

행복을 통할 수도 있다.

 

이를 파악하지 못하고

내가 낫니 네가 틀렸니 소모적인 언쟁만 하는

과 그 친구들.

결국에는 욥기 마지막에는

하나님께서 직접 말씀하신다.

'너희의 언쟁은 처음부터 다 틀렸으니

아는 척 나대지 말고 '생각'부터 좀 해보라고.'

 

그 생각이란...

솔로몬이 잠언이나 전도서에서 언급하는

지혜, 혹은 깨달음의 일종이겠지.

 

깨달음,

그것도 고통 가운데 피어오르는 깨달음이란 무엇일까.

 

자식을 잃었던 시인 김현승.

가장 소중한 것을 잃은 에 고통으로 내려쓴 그의 시 한 구절.

 

...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

새로이 나의 눈물을 어 주시다.

...

 

.

 

지금 나의 이 지랄같은 상황도

죄의 중량으로 따질 것이 아니다.

이 고통이 죄의 결과는 아니니까.

 

차라리 조용히 눈을 감고,

고통 중에 깨닫게되는 나 자신의 한계를 바라보자.

그 속에 어렴풋이 숨어있는 지혜의 실마리를 느껴보자.

 

여튼 모든 지자, 현자, 신께서 공통적으로 나에게

아는 척, 지 혼자 힘든 척

나대지 말 것을 시니.

어떤 일이 생기면

먼저 심호흡 한 번 하고 조용히 상황을 성찰하는 버릇을 들여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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