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잡설

계절의 끝에서 나에게 남기는 말

Page T 2015. 3. 27.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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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봄을 머금고 있기에 더 아름답다고 했다.

 

눈보라가 휩쓸고 지나간 매마른 땅에
거짓말처럼 새싹이 자라나 꽃을 피우는 계절이
봄이라고 했다.

 

그는 발목, 무릎, 때로는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눈을 힘겹게 밀어내며
봄을 찾아나섰다.

 

어딘가에는 있겠지,
언젠가는 오겠지,
생각했다.

 

하지만 봄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하얀 눈발만 거세게 날리고 있을 뿐 이었다.

 

그래도 그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언젠가는 자신의 앞에도 봄이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로
한 걸음 한 걸음 눈 덮인 길을 걸어나갔다.

 

그러나 그의 앞에는 언제나 차가운 얼음 땅 뿐이었다.

 

그리고,

 

눈보라가 점점 더 심해져 앞으로 한 발걸음 옮기기도 힘들었던
어느 날 새벽.

 

그는 거센 눈보라에 밀려 뒤로 넘어졌다.
손을 짚고 다시 일어날 힘도 없어,
그대로 누워있었다.

 

슬펐다.

누구보다 봄을 찾길 원했던 그 였는데
봄은 결국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몸을 무겁게 덮어가는 눈덩이
흐린 눈동자로 바라보며
그는 생각했다.

 

'사실 봄은 없는 것 아닐까.'

 

그리고 힘겹게 눈을 감았다.

 

.

 

겨울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던,

사실은 봄 그 자체였던 이 녀석은

그렇게 땅 속으로 스며들어,

잠자고 있던 꽃을 깨웠다.

 

.


드디어 

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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