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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격동' 노래만 들어서는 주제의 갈피를 정확하게 잡을 수 없었다.
그런데, 뮤직비디오에서 그 실마리가 조금은 풀렸다.
'소격동'은
사랑이나 개인사적 노래가 아닌
시대/사회비판적 노래로서,
개인적으로는 서태지가
요 근래 벌어지는 정치적 상황을 70~80년대의 회귀로 판단하고
그 문제의식 속에서 음악을 만들지 않았나 생각한다.
블로그 테러를 피하기 위해
최대한 정치적인 주제는 피하려고 하지만
해석이 그렇게 되니까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제목 : 소격동
주제 : 청자에게 자유 수호 요청
장소적 배경 : 소격동
시간적 배경 : 80년대와 현대(2014년)를 왔다갔다 함.
주인공 : 남학생, 여학생
포인트
1.
우선 주인공인 남학생과 여학생은 평범한 인간이 아니다.
각 인물은 해당 시대를 대표하는 어떤 계층 혹은 어떤 정신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시공간을 초월해도 등장인물들은 나이가 들거나 그러지 않는다.
2.
시간적 배경은 화면 비율로 결정된다.(밑에서 다룰 것임)
.
위에 작성된 가정이 맞는 가정이라 생각하고,
뮤비와 함께 해석을 진행해 보겠다.
-남학생-
종로 독서실에서 나오는 남학생은 해당 시대의 '지식인들'을 의미한다.
특히 지식인들 중에서도 서태지와 아이들 '교실 이데아'에 나오는 학생처럼
'매일 아침 7시 30분' 등교시간을 지키며
윗분들이 하라는데로 열심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그런
'사회 순응적 지식인'들을 상징한다.
-여학생-
남학생이 독서실에서 집으로 가려고 택시를 잡는데,
바닥에 쓰러져 있던 여학생이 갑자기 바람개비를 주워 남학생이 탄 택시로 급하게 달려간다.
여기서 여학생은 '자유를 위해 투쟁하고 싸우는 집단이나 단체'를 의미하고
바람개비는 '자유'를 의미한다.
.
그러므로 남학생은 '독재 정권의 정책에 잘 따르는 지식인'
여학생은 '지식인들에게 자유의 개념을 심어주려는 자유 전도사' 정도로 치환하여 뮤비를 감상하면 될 것 같다.
-상처-
팔과 무릎에 난 여학생의 상처는
불합리한 억압에 맞서 투쟁과 운동을 하다가
잡혀가 고문당하거나 죽어간 시민들의 피를 상징한다.
-바람개비-
앞선 화면에서 떨어져있던 바람개비는
80년대 독재정권하에 억압되어 있던 자유를 상징한다.
여학생은 상처를 입었음에도 그 바람개비를 놓지 않고
손에 꼭 쥐고 있다.
뒷좌석에 있던 남학생은 여학생의 상처와 바람개비를 번갈아 쳐다보며 관심을 보인다.
-택시가 소독차 뒤를 따라가는 장면-
소독차 연기에 덮인 바람개비는 여학생의 손 안에서 힘차게 돌아간다.
이 장면은 연막탄으로 덮인 도로에서 나라의 자유(민주화 운동 등)를 위해
활발하게 시위를 벌이던 시민들이 존재했던 그 때 그 시절을 상징한다.
안개 낀 것 처럼 어두운 시대이지만,
그들의 자유를 향한 깊은 열정과 갈망은
바람개비를 힘차게 돌리는 원동력이 된다.
남학생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생명력있게 움직이는 바람개비를 보며
생각에 잠긴다.
여학생은 꾸준히 그에게 나타나
독재를 벗어난 세상이 얼마나 자유롭고 행복한 세상인지
알려주고자 한다.
남학생은 여학생의 도움으로 진정 자유로운 세상이 무엇인지에 대해 깨닫고
앞으로 다가올 그런 세상에 벅찬 감동을 느끼지만,
현실은 그와 심한 괴리가 있다는 것을 알아버린다.
-깨달음-
이제 완벽하게 '현실은 무언가 잘못되었고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움직여야
세상이 바뀐다는 것'을 깨닫게 된 남학생
어려운 길이 될 것이기에 고민에 빠진다.
고민에 빠진 남학생에게 여학생은
자신과 함께 하자고 다시 한 번 손을 내밀고,
남학생과 같은 계층에 존재하는 지식인 친구들은
이상한 애는 버리고 얼른 학교나 가자고 재촉한다.
하지만 결국 여학생과 함께 하기로 한 남학생.
그 둘은 등화관제가 된 후 서로 만나기로 하는데,
그 만남은 아마도 독재정권에 반항하고 자유로운 세상을 쟁취하기 위한
어떤 모임이나 토론회의 일종이 될 것이다.
(이 화면 이후부터의 남학생은 2014년 시점의 남학생이다.)
둘이 만나기로 한 장소에 사람모양을 한 종이가 널부러져 있다.
이 종이는 정권에 저항하다 잡혀가거나 봉변을 당한 사람들을 상징한다.
(혹은, 자유를 수호하고자 하는 정신이 결핍된 현재(2014년) 우리들의 모습을 상징한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둘 것이 있다.
뮤비에서 감독은 현재와 과거를 화면 비율로 구분하는데,
양 옆이 검은 테이프 모양처럼 잘려진 화면은 80년대 군사정권 시절을 나타내고
그렇지 않은 화면은 현재 시점인 2014년을 나타낸다.
그런데 위 사진을 보면 남학생의 양 옆의 화면은 80년대의 화면이 아니다.
즉, 현재 시점(2014년)인 것이다.
고로 지금 상황은 80년대 여학생이 만나자고 했을 때의 상황이 아니다.
.
그렇다면 두 가지 정도로 화면의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다.
1. 80년대 군사정권 시절이나 현재(2014년) 시점이나
둘 다 모두 자유가 결핍된 불행한 세상이라는 의미.
2. 80년대에는 진정한 자유를 말하던 여학생 같은 희망적인 사람들이 있어 우리가 자유를 쟁취할 수 있었는데
현재(2014년)는 그런 (여학생같은)사람들이 없어 우리들의 자유가 다시 위태로운 상황이라는 의미.
정도로 해석이 된다.
-여학생의 집-
여학생의 집은 자유를 쟁취하고 수호하는 본부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 하다.
폐허가 된 여학생의 집도 두 가지 정도로 해석이 가능한데
1. 80년대 처럼 현재에(2014년)도 자유를 갈구하는 사람들에게 압박과 공격을 가하는 세태 비판.
2. (여학생은 없고 종이는 널부러져 있어 위기감이 든 남학생은,
80년대에 그랬던 것 처럼 자유를 위해 싸우고 토론하던 예전 그 장소로 찾아감.
그런데 여학생의 집에는 아무도 없음.)
분명 자신의 생각에는 이 시기(2014년)가 80년대처럼 매우 위태로운 때인데,
아무도 토론하고 싸우려하지 않는 현대인들을 비판.
-눈-
폐허가 된 집을 나오는 순간 눈이 내리고 사이렌이 울린다.
노래만 들었을 때는 소격동의 아름다운 전경이 눈으로 표현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뮤비를 보니 자유를 억압하는 독재 세력의 재등장이 눈으로 상징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리는 눈을 보고 남학생은 겁먹은 표정으로 어디론가 달려간다.
(혹,
눈을 긍정적 상징물로 바라본다면
자유를 바라는 시민들의 염원 = 눈
이정도로 생각 할 수 있을 것 같다.)
-과거-
다시 시간은 함박눈이 내리던 80년대로 돌아간다.
줄곧 2014년에서 노래를 부르던 아이유가 80년대로 건너와
여학생의 집 마당 눈 밭 위에 자유를 상징하던 바람개비를 놓는다.
80년대 자유를 위해 피흘렸던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2014년 시민들의 대표로 아이유가 (국화 대신) 바람개비를 놓은 것일수도 있고
80년대 이후로 소실된 바람개비를 아이유가 직접 80년대로 건너와
2014년으로 워프시킨 것일수도 있다.
.
-결론-
즉,
노래의 화자는
80년대 고생 끝에 쟁취한 자유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고 있고
이를 쟁취하는데 많은 피를 흘린 그 시절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화자는
요즘들어 우리들이 누릴 수 있는 자유의 범위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고 느끼고 있고
힘겹게 쟁취한 우리의 자유를 혹여나 모두 빼앗겨버리지는 않을까 염려하는 중이다.
그래서 80년대 그 여학생 처럼
우리의 자유를 지키고 다시 가져와 줄 누군가가
다시 나오길 기대한다.
그리고 그가 기대하는 누군가는 아마
오늘 2014년을 살아가는 청년들(아이유 나이 또래)이 될 것이다.
서태지는
20대의 아이콘인 아이유의 입을 빌려
현재 젊은 청년들에게
그 날의 기억을 잃지 말길
현재 우리들이 누리는 자유를 소중히 여기고 지키길
당부하는 것이다.
(해석)
소격동
(현재)
나 그대와 둘이 걷던 그 좁은 골목 계단을 홀로 걸어요
그 옛날의 짙은 향기가 내 옆을 스치죠
(자유를 위해 싸우던 그 때 그 시절이 떠오름.)
(과거)
널 떠나는 날 사실 난
(그런데 자유를 위해 싸우던 그 터를 화자는 떠났음. 이유는 불분명.)
(현재)
(시간이 지나 화가가 다시 옴. 자유가 있는 이 세상에 살고싶음.)
(자유를 위해 싸우던 그 터는 아직도 그대로 있음)
(과거)
(독재세력 또는 자유를 억압하는 어떤 존재로부터 자유를 얻어내던 그 날 밤을 의미)
잠들면 안돼요
눈을 뜨면 사라지죠
(방심하면 자유는 사라짐.)
(현재)
(조금씩 다시 뺏겨가는 자유로운 세상.)
(화자의 자유를 향한 열정도 예전같지는 않음.)
너의 모든걸 두 눈에 담고 있었죠
소소한 하루가 넉넉했던 날
그러던 어느 날 세상이 뒤집혔죠
(힘들게 쟁취했던 자유로운 세상,
그 세상이 갑자기 80년대 독재시절로 회귀해버리고 있는 현실을
화자가 자각함.)
다들 꼭 잡아요 잠깐 사이에 사라지죠
(힘들게 얻었던 자유로운 세상을 놓치지 않길 당부.)
잊고 싶진 않아요
(자유를 억압받던 당시, 화자의 자유로움을 향한 갈망과 열정, 화자 자신은 그 정신을 잃고싶진 않지만.)
하지만 나에겐 사진 한 장도 남아있지가 않죠
(과거)
(독재세력 또는 자유를 억압하는 어떤 존재로부터 자유를 얻어내던 그 날 밤을 의미)
잠들면 안돼요
눈을 뜨면 사라지죠
(방심하면 자유는 사라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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